인도에 신神이 3억 3천만?
<그걸 진짜로 믿는 거야?>
인도에는 신이 3억 3천만이 있다고 한다.
믿음, 상식, 논리를 떠나서 그렇게 많은 신이 있을 수 있을까?
현재 인도 인구가 대략 13억이지만 신이 3억 3천만이라고 했을 당시는 인구가 3억이 되지 않았을 때였는데 말이다. 인도 인구가 3억이 넘기 시작했을 때는 1960년대 이후니까 한 동안 인도 사람 숫자보다 신의 숫자가 훨씬 많았을 때가 있었다는 이야기이다. 사람의 숫자보다 신이 더 많다는 것은 판타지에도 나오지 않는다. 그런데 인도에서는 그렇게 믿는 다면 그게 맞다는 것이다. (사람이 죽으면 신이 된다는 믿음만 있다면 신이 점점 더 많아 지기는 하겠다. 신토의 나라 일본이 그런 비슷한 경우이니 말이 안 되는 것도 아닐 듯하다. 전범도 신이 되는 나라이기 때문에... )
아무튼 인도의 신들이 왜 이렇게 뻥튀기되었는지는 베다(지혜, 지식)에서부터 시작되었다.
기원전 1,700년 경부터 기마 유목민 아리안인들이 만든 경전이 리그-베다이다. 이후 1천 년 동안 리그-베다에서 3개의 베다(사마-베다, 야주르-베다, 아타르바-베다)가 더 나왔는데 자연에 대한 경외, 찬양, 숭배, 의례를 찬가(시)로 노래한 경전들이다.
사람들이 사는 세계의 만물은 생명이 존재하고 그 존대들은 영겁의 시간 동안 윤회를 한다고 믿었다. 신이 자연이고 자연이 신인 그런 세계관이다.
베다 시기가 끝날 무렵인 기원전 900년~기원전 600년 경에 베다를 새롭게 해석하는 철학서인 우파니샤드가 나왔다. 우파니샤드는 '가까이에 앉는다'는 의미로 배움을 위해서 스승님 가까이 앉는다는 의미이다. 이 시대부터 아리아인들은 세계를 일정하게 분류하기 시작했다.
그들은 전세계에 존재하는 보편적인 상수 철학의 3수 원리를 적용했다.
세계를 하늘-지상-지하로 나누고
세계를 이루는 것은 시간-공간-원인(또는 인연)이며
신神은 하늘, 땅, 바람과 같이 자연현상-물질 신, 인격화된 신, 추상적인 개념을 의인화한 신 등 세 부류로 나누었다.
이렇게 분류된 신神들은 강력한 힘으로 새롭게 치고 나간다는 의미를 가진 숫자 11과 결합해서 33으로 상징화되었다. 그리고 33 신을 구체적으로 등장했다.
이 신들은 데바(Devas)라고 했으며 어원은 산스크리트어인 Div이며 의미는 "빛나는 존재"이다.
같은 뿌리에서 파생된 제우스(Deus) 또는 디오스(Dios)는 현재도 유럽 언어에서 신을 지칭할 때 사용되고 있는데 신약성서에서도 사용하고 있다.
33 데바는 베다경전과 마하바라타에 등장하는데 경전에 따라서 몇몇 신은 다르다.
-자연을 이루는 요소 8 가지 신 : 하늘, 땅, 바람, 불, 별, 허공, 태양, 달
-인격화된 12 태양신(Adityas) : 비슈누(유지신), 인드라/샤크라(지도자), 안샤(지분), 아리야만(고결함), 바아그(유산상속), 다트리(재능), 트바시타르(공예기술), 미트라 (우정), 푸샨/라비( 번영), 사비트라/파르야나(언변), 수르야/비바산(사회법), 바룬(명예), 바만(질서)
-추상적인 개념의 다섯신: 행복, 지식, 생각, 숨(호흡) 또는 생명, 담화
-쉬바 신의 다섯 가지 이름 : 이사나(드러난 은총), 타푸루사나(감춰진 은총), 아고라(소멸/회생), 바마데바(보존적 측면), 사다요자타(한 번에 태어남), 아트마(자아),
-두 개의 태양신
그런데 여기서 11이라는 숫자는 왜 그리 강력한 숫자이고 새로운 출발이라고 하는 것을 어떻게 설명해야 될까? |
베다의 33神은 불교에 차용되어 중국을 거쳐 한국으로 들어오는 동안 천신(天神)의 의미로서 33天이 되었다. 그러니까 33천이라는 것은 33개의 하늘이 있다는 의미가 아니고 33 천신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불교에서 이야기하는 제석천(帝釋天)은 베다교, 조로아스터교의 번개신 인드라(Indra)이다. 신라시대엔 김유신 장군이 죽어서 33천의 하나가 되어서 즉, 33 신 중에 하나가 되어서 신라를 호위한다는 의식이 퍼져 있기도 했다.
인터넷에서 "보신각 종을 33번 치는 이유?"를 검색하면 제각각이다. 대부분 불교의 중심인 수미산 꼭대기가 횡으로 33천 벌어져 있다는 사상에서 33번 친다고 하기도 하고 (이 이야기는 틀렸다.), 관세음보살이 중생을 구하기 위해 33천(天)으로 분신하는데, 이에 따라 33번을 타종하게 된 것으로 전해졌다고 하기도 한다.
불교의 우주론에 따르면 삼계를 업보계라 하고 총 33천으로 나눈다.
삼계는 또한 욕계, 색계, 무색계로 나뉜다. (아래 도표 참조)
욕계에서 4번째가 6욕천이고 6욕천에서도 두 번째 천인 도리천은 수미산 꼭대기에 있는데 도리천이라는 의미는 산스크리트어로 트라야스트림사(Trayastrimsa)의 음역이 33천(신)이다. 그 도리천(33천)이 동서남북 각각 8천(신)과 중앙에 제석천이 있다.
유교문화의 조선이 불교의 33천과 연관된 숫자를 가져다 종을 쳤다는 것은 어딘가 모순이 있어 보인다. 조선 초기에는 불교문화가 어느 정도 지속되었다 하더라도 불교를 축소하는 정책으로 갔기 때문이다. 게다가 한겨울에 얼어있는 종을 치면 종에 균열이 가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아무튼 33번 종을 친다는 것을 불교문화를 빌려서 해석을 하고 있는데 제석천이 이끄는 도리천(33 천신)에 종소리가 널리 퍼져서 나라가 평안하고 모든 중생이 구제받기를 기원하는 의미로 해석하고 있다.
조선시대에는 밤 10시경에 종을 28번 쳐서 도성의 문이 닫힘을 알리는 인정(人定)이라 하여 밤에 나다니지 못하게 했고, 새벽 4시에 큰 쇠 종을 33번 쳐서 파루(罷漏)를 알리면 도성 8개의 문이 열려서 사람들이 왕래하게 했다. 그리고 광명이 찾아오기 시작하는 새벽에 33번은 종을 치는 것은 새로운 시작을 담는 새로운 소망을 의미해서 좋긴 하다.
본래 종은 절에서 아침저녁으로 108번을 쳤는데 나중에 연례행사인 제야의 종으로 이어졌다. 한 해의 마지막 순간까지 107번을 치고 새해로 바뀐 직후에 한 번 치는 게 상례였다고 한다.
현대식으로 12월 31일 자정에 종을 33번 치기 시작한 것은 1929년 경성방송국의 생방송에서 시작됐다. 그러니까 현대의 제야의 종소리는 일본의 유산일 수도 있다는 이야기이다.
<그런데 어떻게 힌두교의 신들이 3억 3천만이나 되었을까?>
힌두교의 33 신을 표현하는 방법은 33 koti/types라고 한다. 여기서 코티(koti)는 유형(type)을 의미한다. 베다 경전에서 33 신에 대한 언급은 야주르베다 밖에 없다고 한다. 그러나 힌두교에선 신의 숫자에 대해서 정해진 것은 없다. 33 koti는 뒤에 가서 33 crore(크로레: 천만)=33천만이라는 뜻으로 잘못 전해졌다. 그래서 힌두교에선 신이 3억 3천만이 있다는 대중적인 인식이 있다.
힌두교 세계에선 신이 숫자가 무궁무진하기 때문에 3억 3천만이라는 의미가 틀렸다거나 맞다고 할 수가 없는 현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