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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은 상징을 찾아가는 인문학이다
특강

<길가메시 서사시>

by 두루가이드 2019. 8. 24.

<길가메시 서사시>

죽음의 문턱을 넘고 불가능을 극복한 자. 세상의 비밀을 알게 되어 모르는 것이 없는 자.
현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에게 '한계를 극복해야 내가 새롭게 탄생한다'는 것을 이야기한다.

길가메시 서사시와 수메르 문명에 대한 강의를 했지만 이해가 부족한 사람을 위해서 길가메시 서시 시에 관한 글을 써보기로 했다.
노인이 젊은 청년이 되었다는 의미는, 영생의 비밀을 알려고 떠난 여행에서 얻은 지식으로, 생각이 고리타분하지 않고 젊어졌다는 의미로 볼 수 있겠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수메르 문명 초기에 활약했던 모험 왕 길가메시 이야기이다.
길가메시는 대홍수가 지난 후 수메르 초기 우르크 제1왕조 때 5번째 왕으로 126년간 통치했다.
시기로 친다면 대략 BCE 2800-2500년 사이이다. 
시간이 흘러 우르 3 왕조 때 길가메시는 수메르의 전설적인 영웅으로 자리 잡게 되었다. 입으로 전해 내려오던 이야기는 후대에 아카드 언어로 기록되었다.

메소포타미아 문명 국가들
(서양 문명의 원류였던 수메르에서 시작한 메소포타미아 문명은 이 후 북쪽으로 도시들이 생겨나면서 아카드-앗시리아-신바빌로니아를 거쳐 페르시아문명까지 이어진다.)

길가메시 서사시는 현재까지 두 개의 버전이 남아 있다. 초기 버전은 기원전 18세기 구바빌로니안 버전으로 <모든 왕을 능가하는 자>라는 이름으로 알려져 있으나 불과 몇 개의 흙(토) 판이 남아 있다.

이후에 나온 서판은 표준 버전(Standard Version)이라고 하며 기원전 13~10세기 만들어진 것이다. 이 표준 토판은 신앗시리아의 마지막 왕 아슈르바니팔이 수도 니네베(Nineveh)의 궁전 도서관(Royal Library of Ashurbanipal)에서 발굴되었다. 발굴 당시 3만 개의 토판이 나왔는데 길가메시 서사시는 그중 12개에 쓰여 있다. 

표준 버전은 심연을 본 자 He who saw the deep. (현대식으로 모르는 것이 없는 자 He Who Sees the Unknown)라는 글로 시작되기 때문에 표준 서판을 '심연을 본 자' 버전이라고 부른다.

흙(토)판에 새겨진 길가메시 서사시
(아슈르바니팔이 만든 신앗시리아의 수도 니네베(현 이라크 북부 모술)의 상상도. 거대한 왕궁과 지구라트가 있다.)
(大제사장의 모습을 한 아슈르바니팔(좌), 사냥하는 아슈르바니팔(우))

 

(아슈르바니팔. 앗시리아 제국의 군사와 문화의 최전성기 시대를 만든 왕. 문화 후원자. 수메르어 아카드어를 해독할 수 있었고 수학을 알았다.)

 

(길가메시 서사시가 발굴된 니네베(현 이라크의 모술)에 있는 아슈르바니팔이 세운 왕립 도서관. 그는 고대 중동 최초로 토판에 새긴 책을 체계적으로 수집해서 목록을 만들었다. 그 때까지 나온 모든 점토판(서적)을 수집해서 사본을 만들어 보관했다. 인간, 동물, 해, 달, 별의 움직임 등을 기록한 천문학, 수학 사본들이 있다. 수메르어 아카드어 등을 사전으로 편찬했다. 신화와 설화 등을 남겼다.)

서사시라고 하면 호모의  일리아드, 오디세이처럼 긴 내용으로 생각하겠지만 길가메시 서사시는 그리 길지 않다. 그나마 표준 버전은 초기버전보다 2/3 가량이 긴 12개의 토판이 복원되었으며 훼손된 부분이 있어서 200줄도 채 남아 있지 않다. 11번째 토판에 홍수 설화에 대한 내용이 등장한다.

루브르 박물관에 있는 길가메시(좌측)와 왕궁 입구 또는 성문 입구를 지키는 수호동물 라마수(우측)

길가메시 서사시엔 여러 신들이 등장한다.
하늘 최고의 신 안(An), 산기슭과 출생의 신 아루루(닌후르쌍), 태양신 우투(사마시), 사랑과 전쟁의 여신 인안나(이슈타르), 천둥과 폭풍의 신 이쉬쿠르(아다드), 바람의 신 엘릴, 물의 신이자 지혜의 신 엔키(에아), 전쟁 질병의 신 네르갈(에라) 등 많은 신들이 등장한다.
아래 신들의 계보에서 많은 신들이 등장한다.

신들의 계보는 메소포타미아를 거쳐 그리스-로마로 이어진다. 일주일에 해당하는 월, 화, 수, 목, 금, 토, 일은 수메르 신부터 시작된다.


수메르 왕의 연대기에 따르면 대홍수 이후 하늘 최고의 신 안(An)을 모시던 대제사장은 태양신 우투(사마쉬)와 인간 여인 사이에 태어난 아들이었다. 태양신 우투와 사랑의 여신 인안나(이쉬타르)는 대제사장을 우르크의 왕으로 임명했다. 이후부터 제정일치를 의미하는 성직자-왕이 통치하는 왕조가 이어져 내려갔다. 사마쉬 아들이 324년 통치했고, 우루크를 건설한 사마쉬의 손자가 420년 통치했다. 그리고 다섯 번째 왕인 길가메시가 왕이 되었을 때 우르크는 수메르의 중심이 되었다.

현대에 와서 가장 잘 해석한 길가메시 서사시는  70년 동안 매달린 엔드류 조지가 2003년 스포트 대학 출판사에서 만든 두 개의 버전이다. 이 글에선 여러 가지 해석을 보고 간략하게 열거했다.

첫 번째 토판
길가메시에 대해서 설명한다. 2/3는 신이고 1/3은 인간인 길가메시는 폭군이 되어서 백성들을 괴롭히고 있다. 백성들은 신들에게 도와줄 것을 요청한다. 우르크 사람들은 왕이 결혼식 첫날밤을 신부와 자는 일종의 초야권(중세시대 droit du seigneur 드르와 두 세이예르 : 초야권)을 행사하는 폭정에 시달렸다.

(
토판이 훼손됨)

길가메시는 젊은이들에게 게임, 겨루기 또는 건축 프로젝트에 강제 노동을 시켜서 그들을 지치게 한다고 추측된다. 이에 백성들은 신에게 길가메시와 동등한 자를 만들어서 길가메시에게 대항할 수 있기를 간청했다. 이 기도를 들은 대지의 여신 아루루(Aruru : 바빌론 대지의 신: 수메르의 닌후르쌍)는 흙과 물로 엔키두를 만들었다. 엔키두는 머리카락으로 뒤덮인 원시인 같은 모습을 하고 야생에서 동물들과 함께 생활했다. 풀도 먹고 동물과 함께 물도 마셨다. 그리고 사냥꾼의 올무도 부셔버렸고 잡힌 동물을 풀어주었다. 동물들의 수호자가 된 것이다.

사냥꾼은 태양신 사마쉬에게 엔키두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 사마쉬는 신전의 창기 샤마트(Shamhat)를 소개해서 엔키두를 유혹하게 한다. 6박 7일(또는 2주간) 동안 사랑을 나누었다. 7일이 지나서 엔키두는 황홀경에서 깨어났다. 모든 것이 달라져 버렸다. 동물들은 엔키두를 보고 두려워서 도망가버렸다. 여인은 엔키두에게 당신을 이제 지혜로워졌습니다. 당신은 신처럼 되신 겁니다.” 여자는 문명화되는 법을 배우기 위해 양치기 캠프에 데려간다. 한편 길가메시는 '하늘에서 안의 물건이 떨어진 꿈'에 대해서 그의 어머니 닌순 여신에게 해석해 달라고 합니다. 꿈쩍도 하지 않는 물건이 하늘에서 떨어진 것은 너를 구원할 힘센 동료의 도착을 예언하는 것이라고 말하며 그는 이 땅에서 가장 힘센 자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면서 절대 너를 버리지 않을 것임을 알려준다.

엔키두와 신전의 창기 샤마트와 7일간 생활

두 번째 토판
샤 마트는 엔키두를 양치기들의 숙소로 데려와 그곳에서 인간의 음식을 알려 주었다. 엔키두는 야간에 양을 지키는 경비원이 되었다. 어느 날 지나가는 사람으로부터 길가메시가 결혼식 첫날 신부와 잠자리를 하는 초야권을 행사한다는 것을 알고 엔키두는 격분하여 우르크로 가서 결혼식에 개입한다. 길가메시가 결혼식장에 들어오려 하다 엔키두는 길을 막고 싸우기 시작한다. 둘을 황소처럼 서로를 잡아끌었다. 벽이 흔들리고 문기둥이 무너져 내렸다. 치열한 전투 끝에 길가메시가 무릎을 꿇었다. 길가메시가 졌다. 길가메시는 자기 어머니가 말한 힘센 친구가 바로 앞에 있는 자였다.
두 사람은
떼어 놓을 수 없는 친구가 되었다.
길가메시는 엔키두에게 언젠가는 죽어야 하는 자신의 운명에 대한 두려움을 이야기했다. 엔키두는 눈물을 흘리며 가슴이 아파 비통한 한숨을 쉬었다. 그리고 길가메시에게 운명을 바꿀 한 가지를 이야기한다. 그것은 신들의 처소에 비밀리에 가는 것이었다.

거기서 만약 태양신 사마시와 천둥과 폭풍의 신 아다드가 길가메시를 돕는다면, 다른 신들도 그에게 신의 지위를 부여할 수도 있다는 것이었다. 엔키두가 말한 신들의 처소는 삼나무 산에 있었다. 그리고 그곳에는 악마 같은 훔바바(후와와)라는 무시무시한 괴물이 살고 있었다. 길가메시는 엔키두에게 훔바바를 죽이기 위해 삼나무 숲으로 여행을 제안한다. 엔키두와 원로 협의회의 경고에도 불구하고 길가메시는 단념하지 않는다.

길가메시와 엔키두의 싸움

셋째 토판
원로들은 길가메시의 여행에 대해 조언을 한다. 아직 태양신으로부터 확실한 지원 약속을 받지 못한 길가메시는 어머니 인순 여신에게 도움을 요청한다. 길가메시는 인순 대궁전에 찾아갔다.

오, 나의 어머니여! 저를 위해서 사마쉬에게 기도해 주시옵소서! 닌순 여신은 그들의 모험을 위해 태양신 샤마쉬의 지원과 보호를 구한다. “당신은 왜 나에게 불안한 마음을 가진 길가메시를 아들로 주었습니까? 이제 당신 때문에 내 아들은 훔바바(후와와)가 있는 곳으로 먼 여행을 떠나려 합니다.” 그리고 사마쉬에게 길가메시를 보호해 달라고 도움을 청한다. 닌순은 엔키두를 아들로 입양하고 자신의 상징물을 엔키두의 목에 걸어준다. 길가메시는 부재중에 우루크의 통치 지침을 남긴다.

네 번째 토판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세다(cedar 삼목나무) 숲으로 여행을 떠난다. 며칠에 한 번씩 그들은 산에 진을 치고, 꿈의 의식을 행한다. 길가메시는 떨어지는 산, 뇌우, 야생 황소, 그리고 불을 내뿜는 천둥새에 대한 다섯 가지 무서운 꿈을 꾸었다. 그의 꿈속의 인물들은 이전에 훔바바를 묘사한 것과 유사함에도 불구하고 엔키두는 좋은 징조로 해석한다. 엔키두는 무서운 이미지가 숲의 수호자인 훔바바를 나타낸다는 것을 부정한다. 삼나무 산에 가까이 다가갈수록 훔바바가 울부짖는 소리가 들려서 서로 겁먹지 않도록 격려해야 했다.

레바논 삼목나무 숲-중동과 이집트의 모든 건물은 레바논 삼목나무를 사용했다.
삼목나무

다섯 번째 토판
영웅들은 삼나무 숲으로 들어갔다. 훔바바의 이빨은 용이 이빨과 같았고, 얼굴을 사자 같았고, 그가 오는 모습은 마치 홍수가 들이닥치는 모습 같았다. 삼나무 숲의 수호자인 훔바바는 그들을 모욕적인 말을 하고 위협한다. 그는 엔키두가 배신해서 길가메시 편이 된 것을 비난했고, 길가메시의 배를 가르고 길가메시의 살은 새들에게 먹일 것이라고 큰소리를 쳤다. 길가메시는 두려워하지만 엔키두로부터 몇 가지 용기를 얻는 말을 듣고 싸움이 시작되었다. 산들은 소란스럽게 진동을 하고 하늘은 검게 변한다.

태양신 사마쉬가 보낸 13개의 바람으로 인해서 훔바바는 붙잡힌다. 훔바바는 목숨을 구걸했다. 길가메시는 그를 불쌍히 여겼다. 훔바바는 길가메시를 숲의 왕으로 삼고, 그를 위해 나무를 자르고, 그의 노예가 되겠다고 제안한다. 그러나 엔키두는 길가메시의 영원한 명성을 위해선 훔바바를 죽여야 한다고 제안한다. 훔바바는 그들 둘을 저주했다. 길가메시는 훔바바의 목을 자르고 그의 아들 7명도 죽였다. 두 영웅을 많은 삼나무를 베었다. 엔키두가 엘릴 신전의 문을 만들 큰 나무도 베었다. 그들은 뗏목을 만들고 거대한 나무와 훔바바의 목을 싣고 유프라테스 강을 따라 집으로 돌아왔다.

삼목나무 숲의 수호자 훔바바(후와와)의 싸움
훔바바의 얼굴이라고 알려진 조각상

여섯 번째 토판
여신 이슈타르(인안나)는 위풍당당한 길가메시에게 매료되어 길가메시를 유혹한다. 그러나 길가메시는 자기 발에 맞지 않은 신발을 벗어 버리듯 자기를 버릴 것이라고 말하면서 그녀의 제안을 거절한다. 이유는 이슈타르 여신이 남성 편력 때문이었다. 길가메시는 양치기의 신이자 자신의 남편이었던 두무지와 같은 이전의 연인들을 학대했기 때문이었다. 이슈타르는 하늘의 아버지 신 안(아누)에게 하늘의 황소인 구갈 안나를 보내 복수해 달라고 부탁한다. 천신 아누가 그녀의 불평을 거절하자, 이스타르는 "산자보다 숫자가 많고" "그들을 소멸시킬 죽은 자"를 기르겠다고 위협했다.

아누는 걱정이 되어서 그녀에게 마지못해 동의한다. (인안나Inanna는 하늘의 신 안(An)의 증손녀 뻘이지만 안이 하늘에서 내려왔을 때 첫눈에 마음에 들어했던 여인이다. 그래서 안의 여인이라는 인안나가 되었다.)   좋아하는 여인 이슈타르는 구갈안나를 우루크로 보내서 크게 황폐하게 했다. 하늘의 황소의 공격을 받은 길가메시와 엔키두는 태양신 사마쉬의 도움으로 한 달 반 거리를 4일 만에 주파했다. 유프라테스 강의 수위를 낮추고, 습지를 바싹 말려 버렸다. 황소가 콧김을 내뿜을 때마다 큰 구덩이가 생겼는데 300명의 사람을 들어갈 수 있는 크기였다. 아무런 신의 도움도 없이 엔키두와 공격하여 칼로 소의 목 뒷덜미를 찔러 죽였다. 그리고 샤마쉬에게 황소의 심장을 바쳤다. 이슈타르가 비명을 지르자 엔키두는 황소 뒷다리 하나가 붙은 몸통 일부를 그녀에게 던진다. 우루크 시는 축제를 했지만 엔키두는 다가올 불행에 불길한 꿈을 꾸었다. 질병의 신 네르갈에 의해서 지하세계로 끌려가 망령이 되는 꿈이었다.

하늘의 황소를 죽이는 장면

일곱 번째 토판
하늘의 황소를 죽였기 때문에 12 신들이 모여서 회의를 했다. 신이 만든 피조물을 죽인 것은 신들의 능력에 도전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엔키두의 꿈에서 신들은 영웅들 중 한 명이 훔바바와 구갈아나를 죽였기 때문에 반드시 죽여야 한다고 결정했다. 하늘 최고의 신 안이 땅의 최고의 신 엘릴에게 저 두 명을 죽여야 한다고 한다. 그러나 엘이 반대한다. “엔키두는 죽어야 합니다. 그러나 길가메시는 죽여서는 안 됩니다.” 사마쉬는 이 일은 길가메시의 일을 엔키두가 돕다가 일어난 일입니다. 그런데 왜 무고한 엔키두가 죽어야 합니까?”

샤마슈의 항변에도 불구하고 엔키두는 죽음을 맞이한다. 엔키두는 엔릴의 신전을 위해 자신이 만든 위대한 문을 저주한다. 그는 또한 그를 야생에서 벗어나게 한 사냥꾼과 신전의 매춘부 샤마트를 저주했다. 샤마슈는 샤마트가 엔키두에게 어떻게 먹이를 주고 옷을 입혔고 길가메시를 소개해 준 것을 상기했다. 샤마쉬는 엔키두에게 말하길 길가메시가 너의 장례식에서 너에게 큰 영예를 안겨줄 것이며, 슬픔에 잠긴 채로 야생으로 떠돌아다닐 것이다. 엔키두는 자신의 저주를 후회하고 대신 자신을 문명화시켜준 샤마트를 축복한다. 그러나 엔키두의 두 번째 꿈에서 그는 자신이 무서운 죽음의 천사에게 잡혀서 명부(지하세계)로 끌려가는 것을 본다. 지하세계는 '먼지와 어둠의 집'이며, 그곳 주민들은 흙을 먹는다. 깃털로 된 옷을 입고 있으며 무서운 존재들의 감시를 받는다. 12일 동안 엔키두의 상태는 악화된다. 마침내 전투에서 영웅적으로 죽을 수 없다는 탄식 끝에 죽고 만다. 서사시로부터 유명한 대목에서 엔키두의 죽음 몸을 붙든 길가메시는 엔키두의 사체의 코에서 구더기가 떨어질 때까지 그가 죽었다는 것을 믿지 않았다.

엔키두의 죽음으로 슬품에 잠긴 길가메시

여덟 번째 토판
길가메시는 산, , 들판, , 야생동물, 우루크의 모든 사람들을 불러 그의 친구 엔키두의 죽음을 애도한다. 함께했던 모험을 회상하며 길가메시는 슬픔에 잠긴 채 엔키두의 머리와 옷에 눈물을 흘린다. 길가메시는 엔키두의 장례식 동상을 만들었고, 엔키두가 죽은 자들의 세계에서 호의적인 환영을 받을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그의 금고에서 장례식 보물을 제공했다. 보물들을 명계의 신들에게 바치는 큰 잔치가 열린다. 본문의 중단 직전에 강물이 댐이 되고 있다는 암시가 있는데, 이에 대응하는 수메르 시 <길가메시의 죽음>에서와 같이 강바닥에 매장되어 있음을 알 수 있다.

모두를 불러 엔키두의 장례식을 치르는 장면

아홉 번째 토판
Tablet 9는 길가메시가 동물 가죽을 입고 야생에서 돌아다니면서 엔키두를 애도하며 시작한다. 이제 자신의 죽음을 두려워하게 된 그는 대홍수에서 살아남아서 영생을 얻은 먼 조상 우트나피쉬팀을 찾아 영원한 생명의 비밀을 배우기로 결심한다. 대홍수 이후 몇 안 되는 생존자들 중 우트나피쉬팀과 그의 아내는 신들에 의해 영생을 얻은 유일한 인간들이다. 길가메시는 꿈에 밤에 산길을 건너다가 사자 한 무리와 마주한다. 그는 잠자기 전에 달의 신에게 보호를 위해 기도했다. 그 꿈은 자신을 영생을 누릴 것을 예언하는 달의 신 신(Sin)의 예언으로 해석했다. 그러고 나서, 고무적인 꿈에서 깨어났다.

그는 화살처럼 빠르게 사자 무리 속으로 들어가 사자들을 죽이고 그들의 가죽을 옷으로 사용한다. 사자들과 싸우는 이 장면은 메소포타미아에서뿐만 아니라 이집트를 비롯한 거의 모든 고대 세계에서 그림으로 기념되었다. 길가메시는 길고 위험한 여정을 마치고 지구 끝에 있는 마슈 산의 쌍둥이 봉우리에 도착한다. 그는 지금까지 사람이 들어가 보지 못한 터널을 만나게 된다. 그곳엔 결혼한 한 쌍의 전갈 괴물이 지키고 있다. 남편은 길가메시가 지나가는 것을 만류하려 하지만, 아내가 개입하여 길가메시에 대한 동정심을 보이고 그의 통행을 허용한다.

그는 태양의 길을 따라 산 아래를 지나간다. 완전한 어둠 속에서 그는 오랜 시간(12시간의 두배?) 동안 길을 따라가며, 태양이 그를 따라잡기 전에 간신히 여행을 마쳤다. 태양신 사마쉬는 길가메시에게 '이 모험을 무익하고 헛된 수고로 끝나게 될 것'이라고 경고한다. 이런 경고에도 아랑 곳 않고 여행을 계속한다. 그는 신들의 정원에 도착했다. 그곳엔 보석이 가득 달린 나무들로 가득 찬 파라다이스이다. 그는 태양신 앞에 섰다.

 

열 번째 토판
길가메시는 한 여관에서 술의 여인이라는 시두리를 만난다. 죽과 맥주 한잔을 들고 있었다. 그녀는 길가메시의 외모 때문에 도둑 또는 살인자라 여겼다. 길가메시는 그녀에게 자신이 여행 목적을 이야기했다. 시두리는 태양신 사마쉬만 건널 수 있는 죽음의 바다를 건너려 해서는 안 된다고 설득한다. 인생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고 즐기라고 말한다.

길가메시여, 그대 어디로 유랑하는가?
그대가 찾는 생명을 그대는 결코 찾을 수 없을진대.
신들이 인간을 창조했을 때
그들은 죽음을 인간의 몫으로 정하고
생명은 자신들의 몫으로 남겼기 때문이라네
길가메시여, 그대 배나 채우게
낮이나 밤이나 즐기며,
하루하루를 즐거움에 넘치게 하게.
낮이나 밤이나 춤추고 노래하고,
그리고 새 옷을 입고
그대의 머리를 감고 목욕하며, 그대의 손을 잡고 있는 아이를 보며,
그대의 아내를 껴안아 즐겁게 하라.
이러한 일들 만이 인간이 가질 관심이로다
.

히브리의 율법학자들이 이 서사시의 시구를 받아들였다는 것은 너무나 잘 알려진 이야기이다.

그녀는 그를 뱃사공 우르샤나비(Urshanabi)에게 보내서 죽음의 바다를 건너 우트나피쉬팀을 만날 수 있게 도움을 주게 한다. 길가메시는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서 우르샤나비가 가지고 있던 돌 부적을 부숴버린다. 그리고 우르샤나비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하며 도와 달라고 한다. 그러나 우르샤나비는 몸에 닿으면 치명적인 죽음의 바다를 건너는 것을 도와주는 물건(돌부적)을 금방 파괴했기 때문에 도와줄 수 없다고 한다. 우르샤나비는 120개의 나무를 베어서 삿대를 만들어 오라고 한다. 죽음의 바다에 몸이 닫지 않게 하기 위해서 삿대로 배를 저어서 바다를 건넜다. 우트나피쉬팀이 사는 섬에 당도해서 그를 만나자 길가메시는 자신을 도와 달라고 한다. 우트나피쉬팀은 길가메시를 질책한다. 인간이 공통적인 운명인 죽음과 싸우는 것은 부질없고 삶의 기쁨을 감소시킨다고 선언한다.

죽음의 바다를 건너 영생을 얻은 우트나피쉬팀을 만나는 장면

열한 번째 토판
(홍수 설화가 기록된, 가장 길고 완벽하게 잘 보존된 토판)

홍수신화가 전해진 11번째 토판-가장 길고 잘 보존되어 있었다.


길가메시는 우트나피쉬팀이 자신과 다를 바 없다고 보고, 어떻게 불멸을 얻었는지 묻는다. 우트나피시팀은 홍수 이야기를 한다. 그는 고대도시 슈르박 출신이라고 한다. 땅의 신 닌후르쌍과 지혜의 신 엔키가 흙으로 만든 사람들은 신들을 경배하도록 되어 있었다. 그러나 시간이 갈수록 사람들은 신들을 더 이상 모실 수 없다고 아우성을 쳤다. 이에 신들이 회의를 해서 자신들이 창조한 인간들을 다 쓸어버리기로 결정했다. 그러나 물의 신이자 지혜의 신인 엔키(에아)만은 반대를 했다. 그리고 어느 날
엔키(에아)가 우트나피쉬팀에게 나타나서 배를 만들라고 한다.

집을 허물고 배를 지어라!
모든 것을 다 포기하고 네 목숨을 지켜라.
모든 것을 다 버리고 영혼을 지켜라!.
모든 생명체의 씨앗을 배에 실어라
네가 지을 배의 크기는 주어진 치수에 따라야 한다
.

홍수에 떠다니는 배

그의 온 가족들과 동물들 야생의 생명체와 장인(匠人)들을 다 태우고 배에 올랐다. 그리고 나서 폭풍우가 몰아쳤다. 폭풍의 신 이쉬쿠르(아다드)가 번개를 보내고 전쟁과 질병을 주관하는 네르갈은 궁창의 물을 막고 있었던 문설주를 깨뜨려 버렸다. 끔찍한 참상으로 보고 신들마저 경악을 금치 못했다. 사랑의 여신 이슈타르는 소리를 높여 자신의 행동을 크게 후회했다. 다른 신들도 그녀 옆에서 눈물을 흘렸다. 폭풍이 6일 밤낮으로 지속되었고 인간은 모두 흙으로 변했다. 우트나피쉬팀은 그 파괴를 보고 눈물을 흘렸다. 그의 배는 산에 정박하고, 비둘기, 제비, 그리고 큰 까마귀 한 마리를 풀어준다. 큰 까마귀가 돌아오지 않자, 그는 방주를 열고 생명체들을 내보낸다. 우트나피쉬팀은 신들에게 제물을 올려 제사를 지내자 달콤한 향기를 맡은 신들이 주위로 모인다. 이슈타르는 자신의 청금석 목걸이를 높이 들고 대홍수로 일어난 일들을 결코 잊지 않겠다고 맹세한다.

여신들은 모든 인간을 쓸어버리자던 엘릴은 비난했다. 엔릴이 도착했을 때 자신이 내린 홍수에 살아남은 사람이 있다는 사실에 분노했다. 천둥과 전쟁의 여신 닌우르타는 신들의 비밀을 누설한 엔키(에아) 비난했다. 그러나 오히려 엔키는 인간을 멸망시키려 했던 엘릴의 결정이 매우 잘못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우트나피쉬팀을 어찌할 것인지 논의하자고 했다. 엔릴은 분을 가라 앉히고 우트나피쉬팀과 그의 아내를 축복하고, 그들에게 영원한 생명을 주었다. 이 설명은 아트라하시스의 서사시를 마무리 짓는 홍수 이야기와 일치한다.

중요한 점은 엔릴이 영원한 생명을 부여했을 때 그것은 독특한 선물이었던 것 같다. 우트나피쉬팀은 이 점을 증명하듯 길가메시에게 내가 이야기 하는 동안 잠들지 않고 깨어 있는 도전을 하라고 한다. 그러나 길가메시는 잠이 들고, 우트나피쉬팀은 아내에게 그가 잠자고 있는 날마다 빵 한 덩어리를 구우라고 한다. 이는 길가메시가 깨어 있지 못한 것을 증명해 보이기 위해서이다. 결국 죽음을 극복하겠다는 길가메시는 잠도 정복하지 못한다. 우트나피쉬팀은 뱃사공 우루샤나비에게 길가메시를 씻기고 왕실의 예복을 입히라고 한다. 그리고 그들은 우루크로 출발한다.

우트나피쉬팀의 아내는 남편에게 이별의 선물을 길가메시에게 주라고 부탁한다. 우트나피쉬팀은 길가메시에게 바다 밑바닥에 그를 다시 젊어지게 하는 구기자나무처럼 생긴 식물이 살고 있다고 말한다. 길가메시는 발바닥에 돌을 묶어 바닥을 걸어서 간신히 식물을 얻는다. 길가메시는 일단 우륵으로 돌아오면 노인에게 실험하여 이 식물의 회춘 능력을 조사할 작정이었다.

심연에서 회춘할 수 있게 하는 식물을 건진 길가메시


구기자나무 같은 식물은 들장미처럼 가시가 있고, 그것을 뽑으려면 찔린다. 그러나 이 식물을 소유할 수 있다면 다시 젊어질 것이다.
이 것은 "심장박동의 식물", 사람에게 활력을 찾아준다.

길가메시는 우르크로 돌아오는 길에 길가메시는 목욕을 하려고 잠시 멈춘다. 그러나 불행히도 목욕을 하는 동안에, 큰 뱀이 약초 냄새를 맡고 재빨리 그 식물을 훔쳐간다. 약초를 먹자 뱀은 떠나면서 허물을 벗고 젊음을 되찾았다. 길가메쉬는 이제 불멸의 기회를 모두 잃었다. 그의 노력이 허무함에 눈물을 흘린다. 우르크로 돌아가서 거대한 성벽을 보자 갑자기 우르샤나비에게 죽을 때까지 이런 영속적인 일을 치하하도록 유도했다.

길가메시가 쉬는 동안 뱀이 회춘식물을 먹는 장면

열두 번째 토판
이 토판은 알 수 없는 여러 판본이 출처이지만 초기 수메르 시대의 서사시인 '길가메시와 지하세계(명계)' 또는 길가메시, 엔키두 그리고 지하세계로 알려져 있던 것을 아카드어로 번역한 것이다.

이 토판은 앞의 내용과 일치하지 않는다. 죽었다고 알려진 엔키두가 여전히 살아 있다. 이런 내용 때문에 다른 판본과의 연결이 잘 안 된다. 그래서 이 판본은 서사시의 부록으로 알려져 왔다. 좀 조잡한 내용이긴 하지만 길가메시와 독자들에게 사후 세계에서 죽은 사람들의 다양한 운명을 설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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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째 토판의 내용은 길가메시와 하루뿌(Haluppu) 나무 이야기이다.

인안나(이슈타르)는 유프라테스 강둑에 하루뿌 나무를 가지고 와서 자신의 정원에 심고 그 나무로 의자와 침대를 만들려 했다. 그런데 외부 세력에 의해 여신을 뜻을 이루지 못한다. 이때 길가메시가 도와주었고 여신은 답례로 하루뿌 나무로 만든 뿌꾸(Pukku)와 미꾸(Mikku)를 선물한다. 학자들은 뿌쿠와 미꾸를  마법의 북과 북채로 추측한다. 아카드 제사의식에 자주 사용되었던 북을 푸꾸라고 불렀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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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째 토판은 뿌꾸와 미꾸를 잃어버리고 탄식하는 길가메시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뿌꾸와 미꾸가 갑자기 저승세계로 사라져 버렸다. 엔키두가 찾아오는 임무를 맡았다. 길가메시는 엔키두에게 저승에서 하지 말라야 할 금기사항을 알려준다. 그러나 엔키두는 이 금기사항을 어기고 저승세계에 사로 잡히고 만다. 그러자 길가메시는 친구를 살리기 위해 엘릴에게 도움을 청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달의 신 신(Sin)에게도 도움을 청했지만 거절당했다. 마지막으로 엔키(에아)에게 도움을 청했다.

에아는 전쟁 질병의 신 네그갈(에라)에게 부탁하여 엔키두의 영혼이 이승으로 올라올 수 있도록 땅에 작은 구멍을 만들었다. 이 구멍을 통해서 엔키두의 영혼은 바람이 부풀려 나오듯, 저승세계에서 나왔다. 저승세계가 궁금한 길가메시는 엔키두에서 경험담을 해달라고 한다. 엔키두는 경험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었다. 그는 한 때 사랑을 나눈 육체가 벌레에게 뜯기고 먼지로 덮였다고 한다. 이 말을 들은 길가메시는 땅에 엎드려 슬피 울었다. 이는 이승에서 제대로 된 장례의식 절차를 거치고 저승으로 내려간 영혼은 복을 누렸지만, 그렇지 못한 영혼은 저승에서도 비참한 모습을 하고 있다는 이야기를 하고 있다.

결론으로 길가메시 서사시가 강조하는 부분은 영원한 생명을 갖지 못하고 유한한 삶을 살 수밖에 없는 인간 영혼에 대한 탄식이 주요 내용이라는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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