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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은 상징을 찾아가는 인문학이다
이탈리아/시칠리아

에트나 산에서 살아 남는 법

by 두루가이드 2012. 3. 30.

 

높은 산이어서 그런지 머리로 느끼는 추위가 매섭다.
지금 있는 곳은 2,100미터 밖에 안되지만 머리를 보호해 줘야 하는 것이 필수 였다.
한국에서 산행 할 때는 당연히 장비를 챙기지만 지중해 남쪽에 자리한 이곳은 예상 외였다.
차가 올라오는 길을 구름사에로 본다. 

 구름은 산을 가렸다 살짝 보여 줬다를 반복했다.
산위 더 올라가는 곤돌라 앞뒤로 더 많은 화산 분화구가 드러났다.

아래는 2006년에 분화해서 봉우리가 완전히 사라진 곳이다.

이제 뜨거운 에스프레소 한 잔 하러 내려갈 시간이다.

가이드가 산에서 내려가는 신종스 포츠를 보여준다고 먼저 시범을 보였다.
화산재가 두껍게 쌓여서 푹신푹신한 곳을 점프 하면서 내려가는 스포츠라고 했다. 

 

실제로 산 꼭대기에 올라간 사람들은 이렇게 내려온다고 했다.

걷는 것보다 훨씬 빨라서 혹시 용암이 밀려 내려오면 이렇게 도망가는 것이 좋다고 한다. ^^

 

내가 실제로 해보니 엄청 재미 있다.

 

거리가 아무리 멀어도 계속해서 내려 갈 수 있을 것 같았다.

 

모래 사막에선 발이 푹푹 빠져서 점프가 되지 않았는데 화산재는 발을 잡지 않았다.
연속 점프가 가능한 이유다.

다시 에트나 화산을 다시 찾는다면 정상까지 등산을 한 다음
점프로 내려오는 재미를 느끼기 위해서 일거라고 가이드에 말해줬다.

돌아서서 내려온 곳을 보니 또 올라가 싶어진다.

 

위에서 구별이 잘 안되던 봉우리가 사라진 분화구가 확연히 드러났다.

(아래) 연속적인 복합 분화구(3층을 이룬)를 마지막으로 내려가기로 했다.

고등 학생들이 길을 잘못 들어서 올라가고 있었다.
가이드가 "그쪽이 아니야! 선생님은 어디 있어?" 라고
외쳐도 모자를 써서 소리가 들리지 않았는지 생각없이 올라간다.

1,900도로에 자리한 최초의 cafe에서 주인장과 
담소를 나누면서 에스프레소 한잔을 했다.  

 페밀리가 운영하는 곳이었는데 서울에서 왔다니까 대뜸 축구이야기를 한다.
순박한 시칠리아 사람들의 모습을 대면하는 순간이다.

 

그러면서 2001년 용암이 밀려와서 소중한 가게를 덮치기 직전에 용암 행진이 멈춘 
장면을 담은 엽서를 건냈다. 주인장 모습이 담긴 사진이라 기념으로 구입했다.
저 용암은 지금 말끔히 치워서 흔적이 거의 없다.

 

올라왔던 길과는 다른 방향으로 내려가는 동안
마치 한라산에서 내려가는 기분을 만끽했다.
수 많은 오름(기생화산)이 멀리 보였기 때문이다.

용암이 덥쳐서 집을 거의 묻어버린 현장이다

 집을 잃은 주인은 뭘 하고 있을까?
관광객들에게 구경거리만 남겨두고서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