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여행은 상징을 찾아가는 인문학이다
이란

이란의 얼굴 시라즈. 와인과 꽃과 시의 도시

by 두루가이드 2016. 3. 19.

, 와인, , 나이팅게일 새의 도시 시라즈(Shiraz)

 

 

시라즈는 이란의 남쪽 파르스 지방의 수도이다. 파르스 주는 이란의 28개의 주 중에서 페르시아 제국이 탄생한 곳이어서 파르스 주라고 불리고 있다.

시라즈는 약 4,000년 전에 만든 엘렘왕국의 흙판에 티라지시(Tiraziš)라는 도시라 했다고 쓰여 있었다. 7세기부터 본격적으로 도시를 만들기 시작한 시라즈는 11세기에 압바스 왕조의 수도 바그다드와 버금가는 도시였다. 이런 이유로 오래전부터 쉬라즈를 페르시아의 얼굴이라고 했다.

 

 (위 : 시라즈에서 약 50킬로미터 떨어진 페르세 폴리스 전경)

 

(위: 거대한 궁전들이 있었음을 말해주는 페르세폴리스의 기둥들)

 

페르세폴리스를 둘러보고 시라즈로 돌아와서 시라즈 전경을 감상하러 코란의 문 옆에 있는 북쪽 산으로 갔다. 

사람들이 자주 찾는 곳이어서 산책로도 있었고 벤치를 만들어서 도시를 감상할 수 있게 해놓았다.

젊은 남자들끼리 오기도 했고 모녀가 와서 도시의 전경을 즐기기도 했다.

 

(아래: 북쪽 산으로 올라가는 산책로)

 

(아래: 산책로를 따라 오르면 시라즈 시내의 파노라마 전경이 들어온다.)

 

 

 

(아래: 강수량이 적은 돌산에 핀 이름 모를 꽃. 봄이 되기 시작하는 길목에 피어서 반가웠다.)

 

 

(아래 두 장 : 모녀가 산책을 나왔는데 기꺼이 사진 모델로 응해 줬다.)

 

 

시라즈는 한 때 와인이 유명 해 곳이어서 시라즈에 가면 시라즈 품종으로 빚은 와인을 마실 수 있을 거라 기대했다. 그런데 웬걸 와인은 고사하고 술이라고는 꼴도 보지 못했다.

이슬람 국가는 술이 금지이며 특히나 이란이 엄격한 시아파 이슬람 국가이기 때문에 술에 대해서 절대 관대하지 않다.

그러나 시라즈는 지금도 와인의 도시로 불릴 뿐만 아니라 시의 도시, 꽃의 도시, 다양한 소리를 내는 나이팅게일 새의 도시로 불리고 있다. 시라즈가 와인으로 유명했다는 것은 현재 세계적으로 알려진 포도 품종 시라즈가 있다는 점에서도 알 수 있다. 그런데 이란의 시라즈에서 시라즈 포도 품종이 전 세계로 퍼진 것은 아니다.  호주가 개량한 포도 품종을 역사적으로 유명했던 와인 생산지였던 시라즈의 이름을 가져다 붙였다.

이란 여행 때 술이 생각나더라도 쿡 참고 있어야 된다. 여행 중에 식당에서 구경할 수 있는 술은 알콜제로맥주 뿐이었다. 세상에 술 없는 곳은 없다고들 이야기 하지만 여행객의 편법이 통하지는 않는 곳이라 한국에서 가져온 팩소주 몇 개로 호텔방에서 달래야 된다. (사실 반입도 금지이다.)

 

시라즈의 와인을 가장 많이 마신 인물을 꼽자는 시성 하페즈라 하겠다.

괴테가 시에 대해선 대적할 자가 없다.’고 했을 만큼 괴테도 하페즈를 통해서 시를 배웠다.

그에 대한 다양한 찬사 중 신비의 혀’, ‘언어에 관한 최고의 음악가라는 표현은 이란을 대표하는 인물임을 나타낸다. 그러니 하페즈를 모르면 이란을 모르는 것과 같다. 이란 가정집에 다른 책은 없어도 반드시 있는 책이 코란과 영웅의 이야기 샤나메 그리고 하피스의 시집이다.

일상의 대화도 하페즈의 시를 인용하며, 정치적 설득에도 이용할 정도라 한다.

 

(아래: 오렌지 나무가 운치를 더해주는 하페즈 영묘)

 

 

 (하페즈 묘에 손을 대고 코란을 암송하거나 하페즈의 시를 암송해서 하페즈와의 만남을 가진다.)

 

(아래: 이란인 이라면 누구라도 오고 싶어하는 곳. 하페즈의 영묘)

 

 

하페즈의 묘지는 저녁에 가야 더욱 운치 있다. 시라즈의 북쪽 하페즈 거리의 인근에 자라한 한적한 공원에 조성 되어있다. 저녁이라 사람이 없을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많은 이들이 찾아 가는 곳이어서 다소 놀랐다.

우리나라와 같은 밤문화, 술문화가 없는 이유도 있겠지만 이란인들이 사랑하는 역사적인 영웅과 동일시하는 하페즈를 찾아서 친구들 끼리 연인들끼리 또는 식구들이 찾아와서 하페즈를 경배하고 담소를 나누고 즐기는 모습을 찾을 수 있었다.

 

하페즈의 묘가 있는 공원에서 만난 현지인에게 하페즈에 대해서 물었을 때 신년 또는 특별한 날 아침에 일어나서 하페즈의 시집인 디반(Divan)을 임으로 펼쳤을 때 나오는 시가 신년 운세 또는 그날의 운세로 알고 사람들이 행동합니다.”라는 대목이 가장 기억이 남는다.

 

실제로 이란에서 한국으로 귀화한 지인도 매년 신년이 시작하는 노르즈 명절(321일 춘분) 때 가족들이 모여서 하페즈이 시집을 펼쳐서 읽거나 자신에게 중요한 일을 하는 날 아침에도 무작위로 펼쳐서 읽는데 이것은 하페즈에게 운세를 청하는 것이라 이야기 했다. 우리가 토정 이지함 선생이 남긴 토정비결로 신년 운세를 보는 것과 비슷한 풍습이라 하겠다. 가장 큰 차이라면 우리는 생년월일에 따라서 보지만 이란은 무작위로 펼쳐서 본다는 점이 다르다.

하페즈라는 이름은 아호이며 코란을 암송한 자라는 고귀한 의미를 가지고 있다. 그의 시가 동서양에 널리 알려져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생소한 이름이다. 그리고 그 유명인의 언제 태어나고 죽었는지에 대해서도 정확하지 않다. 단지 학자들이 1325년에 태어나서 1389년에 사망한 것으로 합의를 봤을 뿐이다. 생몰연대가 부정확한 만큼 그의 행적에 대해서 알려진 것이 거의 없기도 하다. 그는 시라즈를 거의 떠나지 않았던 인물이다. 하페즈보다 앞서서 몽골강점기에 활동했던 유명한 시인 사디(Sadi)는 북아프리카와 중동을 30년간 유람했지만 하페즈는 시라즈를 거의 떠나지 않았다. 그의 기본 사상을 이슬람 신비주의인 수피즘에 있다. 신비한 체험으로 나를 소멸해서 신과 합일에 도달 할 수 있는 사상이다. 수피즘에선 술을 마셔도 되는데 술을 자기소멸과 신과의 합일에 이르는 촉매제 역할을 했다. 하페즈는 신은 세상을 만든 이래 술이외의 선물을 주지 않았다.’ ‘내 존재의 토대는 취하면서 쌍아 갔으며 슬픔의 약은 술이다. 전설속의 잠시드 왕처럼 술잔을 통해서 세상의 일을 읽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술을 신의 이슬, 어둠을 밝히는 빛, 불타는 루미, 이성의 집이라고까지 표현했다. 이런 생각이 반영이 되어서 하페즈는 신비주의 입각해서 술과 사랑에 관한 서정시를 많이 남겼다. 그의 시의 예를 들자면

나의 종단(수피즘)에는 술이 허용(하랄)되거는, 장미 같은 몸매인 당신 얼굴 없이 술 마시는 것은 금기(할랄)이라네.”

장미는 내 가슴속에, 술은 내 손에, 연인도 내 곁에 있으니 그런 날엔 세상의 군주도 나에겐 한낱 노예일 뿐.”

하페즈 이야기를 하고 있자니 갑자기 와인을 마시고 싶어진다. 와인이 없었다면 시를 쓰지 않았을 것이라는 하페즈는 종교를 서정적인 시로 승화시킨 대단한 천재이거나 반도통한 사람이 아니었을까 생각한다.

 

현재 하페즈 묘지는 오렌지 나무가 많이 심어진 무살라 정원에 조성되어 있다. 묘지는 시대를 지나면서 지속적으로 조금씩 고쳤다. 현재 모습은 1935년도에 프랑스 건축가가 설계했다. 묘지공원은 두 부분으로 나누어지는데 공원 입구에서 막 들어간 부분은 현세를 의미하고 조금 걸으면 계단 위에 동서로 56미터 길이의 긴 누각이 나타난다. 그곳을 넘어 가면 내세를 의미한다.

 

(아래: 긴 회랑을 넘어서면 하페즈의 묘가 나온다.) 

 

10미터 높이의 기둥 8개가 받치고 있는 모자모양의 지붕이 있으며 지붕 안쪽의 문양이 이란의 전통놀이 백개먼(Backgammon) 보드 판 모양을 하고 있다. 이 놀이는 세상에서 가장 오래된 놀이 중에 하나로 대략 5,000년 전부터 전해져 오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아래: 하페즈 묘의 지붕. 백가먼 보드게임 모자이크를 담고 있다.)

 

(아래: 시라즈 시장에서 쉽게 만나게 되는 백개먼 보드게임)

 

 

백개먼 게임은 사람의 일생과  의미하기도 한다. 보드판은 봄,여름,가을,겨울을 상징하는 부분과 12달을 의미하는 12개의 삼각형 형태의 무니가 있다. 주사위를 던져서 알을 상대편 쪽으로 다 옮기는 이기는 게임으로 사람의 사는 세상을 상징하기도 하지만 사람의 미래를 말해주는 게임이다. 중동지역뿐 아니라 중세 유럽에서도 사용했던 놀이이다.

미래를 이야기하는 백개먼 게임보드판 무늬를 하페즈의 묘지에 장식한 것은 사람들의 미래를 알려주는 하페즈의 시와 상통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