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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은 상징을 찾아가는 인문학이다
인도

인도에서 소를 먹으면 살해 당할 수도 있다?

by 두루가이드 2020. 1. 3.

<길거리에 많은 소의 주인은 누구인가?>

(인도의 흔한 장면)

인도하면 가장 먼저 생각이 나는 것 중에 하나가 소에 대한 이야기이다.
2015년 9월에 인도에서 한 사건이 있었다. 소를 도살해서, 소고기를 먹고, 냉장고에 보관했다고 의심되는 4명의 이슬람교도들이 극단적인 힌두교도들에게 살해당했다. 그들은 "Save the Cow" 자경단원들이었다. 이런 사건은 인도에서는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인도는 진짜로 소를 숭배할까?
그 많은 소들의 주인은 누구일까?
인도에서 소고기를 먹을 수 없을까? 

인도에선 소를 신으로 여기지도 않으며 숭배하지도 않는다.
단지, 베다 경전에 의하면 소는 모든 신들의 어머니인  아디티(Aditi)와 연관이 있다. 그래서 채식주의자들이 많은 인도인들은 소를 보호해야 할 신성한 상징으로 여긴다.
힌두교 신앙의 의미지로 종종 등장하는 것은 꽃으로 장식된 예쁜 흰색 소이다. 힌두교에는 심지어 '소들의 휴일'이라는 날에는 바쁜 거리나 시골 마을을 돌아다니는 소들을 씻겨서 꽃으로 치장시킨다. 이러니 음식을 위해서 소를 해치거나 죽이는 것이 대부분의 힌두교에서 금기시될 수밖에 없을 듯하다.  
그러나 진짜 그런 이유만으로 소를 죽이지 않는 것일까?
너무 현실과 동떨어진 이야기 아닐까?

(암소의 휴일날 꽃으로 치장한 모습)


사실 소를 죽이지 않는 진짜 이유는 따로 있다.
힌두교도들에게 소는 사람보다 주는 것이 더 많기 때문이다.
온순한 동물이고, 우유, 치즈, 버터, 소변, 똥 등 다섯 가지를 준다고 말한다.
우유, 치즈, 버터는 음식이면서 힌두신들을 숭배하는데 쓰인다.
소변은 소독제, 똥은 연료로 쓸모 있다. 풀만 먹는 소의 똥은 냄새가 나지 않아서 좋다. 인도의 마을에 가면 소통을 주워다 말리는 풍경을 볼 수 있다. 말린 소똥으로 종교적인 희생제의 때 땔감으로 사용한다. 
인도 소들은 등에 혹이 달린 소라서 가뭄에 잘 견디고 사료도 많이 들지 않는다. 
무엇보다 소는 농사를 짓는데 매우 유용하다. 농사철 소를 데려서 밭을 갈고 나서 다시 풀어준다.  만약 인도에서 소가 사라진다면 농기계가 절대적으로 부족한 인도에서 40도가 훨씬 넘는 더위에, 사람들이 밭을 갈고 농사를 짓기란 불가능해진다. 소 없이는 농민들이 다 죽는다는 이야기이다.

(소의 오줌을 받는 모습)


우리가 애완동물로 개와 고양이를 키우지만 물질적인 것으로 친다면 개와 고양이는 사람에게 주는 것이 아무것도 없다. 고양이가 쥐를 심심풀이로 잡아오긴 하지만 말이다.
힌두교에선 동물을 여러 신과 연관시킨다. 
원숭이(하누만), 코끼리(가네쉬), 호랑이(두르가), 쥐(가네쉬).
그렇지만 인도에서 암소만큼 존경받는 사람은 없다고 이야기한다. 

도시에 돌아다니는 소는 대부분 주인이 있다. 도시 곳곳에 있는 사원이 소유하고 있거나 개인이 소유하기도 한다. 그런데 도시의 소들은 마치 주인이 없는 것처럼 쓰레기 통을 뒤지고 다닌다. 잘 이해가 되지 않는 모습이다.
아마도 저렇게 내버려 둬도 잘 먹고, 잘 다니고, 집에 잘 찾아오고, 사람들에게 우유, 치즈, 버터, 오줌, 똥을 주기 때문에 어머니 같은 존재로 여긴다고 해야 맞을 듯하다. (최근에 쓰레기를 먹는 소가 만든 우유에서 독성물질이 나온다는 기사도 등장하고 있다.)
주인의 입장에서 방목을 하고 키우는 중인 것이다. 

(쓰레기를 뒤지는 소들)

그러나 아무리 어머니 같은 소라도 늙어서, 쟁기나 수레를 못 끌고, 우유 생산도 못하면 버려진다.  결국 소가 우선이 아니고 사람이 우선이기 때문이다. 소를 신성시하는 것도 사람을 위한 것이고 버리는 것도 사람을 위한 행위이다. 
버려진 소들은 집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길거리에 머문다. 이런 소들은 도시의 골칫거리들이다.
시 당국은 하루가 아침이면 거리에 방치된 소들을 트럭에 싣고 도심 외곽에 버린다. 도살을 마음대로 할 수 없는 인도 현실 때문이다. 

인도에서 소를 법적으로 도살하기도 한다. 허가 난 업체가, 경찰 입회 하에 의료 진단을 거쳐서 죽인다. 절차가 매우 복잡해서 공무원이나 시골 사람들은 할 생각을 안 한다. 버리는 것이 상책이다. 일부 소 도축이 허용된 곳에서는 도축한 소를 통조림으로 가공해서 해외로 수출하고 있다.
그런데 관광객들이 소고기를 찾는 다면 어떻게 될까? 먹을 수는 있을까?
물소(버펄로)로 고기는 호텔 같은 곳에서 제공한다. 

전세계 대부분의 고대 풍습과 마찬가지로 고대 인도에서도 가축과 황소를 신에게 제물로 바쳤고 고기는 먹었다. 
그러나 그때에도 우유는 매우 귀한 음식이었기 때문에 우유를 생산하는 젖소(암소)는 귀한 대접을 받았고 바깥출입을 금했다. 그런데 인도에서 발생한  채식주의 철학을 가진 두 개의 종교인 불교와 자이나교가 뿌리를 내리자  힌두교도들도 고기 먹는 것을 중단했다. 서기 1세기가 되면서 암소는 카스트 제도에서 가장 높은 브라만과 결부하게 되었다. 소를 죽이는 것은 브라만을 죽이는 것으로 비유되면서 큰 금기가 되었다. 
곧이어서 힌두교의 3대 신중의 하나인 비슈누의 화신인 크리슈나가 문학과 예술작품 속에서 젖소와 동행하는 것으로 자주 묘사되었다. 

(비슈누의 화신 중 크리슈나와 젖소)

2019년 재집권에 성공한 현 수상인 나렌드라 모디(Narendra Modi)는 힌두교 민족주의자이다. 소를 도살하거나 소고기를 먹는 무슬림들이 살해당하는 것에 침묵하거나, 뒤늦게 언급하는 태도를 보여 왔다. 현재 인도는 소 도축을 금하고 소고기를 먹지 못하게 하는 법을 제정하는 주가 늘고 있다. 정치적으로 그렇게 해야 유리하기 때문이다.


결론은 종교적으로 소를 신성시한다고 해서 소를 실제로 숭배하는 것이 아니다.
소는 사람의 이익을 위해서 이용당할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