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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행은 상징을 찾아가는 인문학이다
여성신문 연재

여성신문 연재#2- 사람 살기에 가장 알맞은 도시 류블야나

by 두루가이드 2012. 10. 8.

여성신문 연재 #2

슬로베니아 수도 류블야나

여성신문 원문: http://www.womennews.co.kr/news/54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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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루가이드 오동석의 발칸 여행기
‘나쿠펜다 AFRICA’ ‘나는 유럽에서 광을 판다’ 등 여행 서적을 집필한 여행작가 오동석씨가 최근 세계적으로 인기 관광지로 떠오르고 있는 유럽 발칸반도의 여행기를 연재한다. 주마간산 스타일의 여행기나 외국 도서를 모방한 연대기적 글이 아니라, 여행지의 역사와 문화까지 섬세하게 다룰 예정이다. 여행객이나 단기 출장을 가는 사람을 위한 여행지 정보는 물론, 여행사 직원들이나 해외로 출장 가는 투어 리더들이 읽어도 좋을 만한 심도 있는 내용까지 총괄한다. ‘두루가이드’ 오동석씨와 함께 천천히 걷고 아름다운 풍광을 즐기는 ‘느린 여행’의 대명사 발칸을 두루두루 둘러보자.

 

‘사람 살기에 가장 알맞은’도시 류블랴나

▲ 류블랴나차 강변의 운치 있는 카페의 모습.
▲ 류블랴나 시장의 다리 위에 놓인 반인반수 사티로스의 조각상.
류블랴나=유불야나(有不夜那)

“슬로베니아의 수도 류블랴나(Ljubljana)는 민간어원설에 따르면 매우 사랑스럽다는 의미라고 합니다”라고 했더니 일행 중에 즉석에서 “그럼 유불야나가 되는구먼!”이라고 했다. 유불야나(有不夜那·어찌 밤이 없을 수 있으랴!), 밤이 돼야 사랑을 하기 때문에 밤이 되면 사랑스런 도시가 된다는 멋진 해석이었다. 도심의 아담한 모습을 보면 사랑스럽다는 생각이 들기는 한다.

인구 30만밖에 안 되는 아담한 도시 중심엔 류블랴나차 강이 흐른다. 류블랴나 주변은 녹지로 덮여 있어 시민들은 ‘사람 살기에 가장 알맞은 장소’라고 말한다. 도시가 자리한 곳은 유럽의 다양한 지역으로 향하는 통로 역할을 하는 곳이다. 북쪽의 독일어권, 서쪽의 라틴어권, 남쪽은 지중해와 발칸 내륙으로 향하며 동쪽으로는 헝가리로 연결된다. 이런 이유로 류블랴나는 다양한 민족이 거쳐간 만큼 이름도 여러번 바뀌고 다양한 문화의 영향을 받으며 세월을 거쳐왔다.

그리스신화 이아손의 도시

류블랴나는 용과 연관된 전설이 도시의 이미지를 형성하고 있다. 다리 난간 위에 4개의 용이 올려진 드래곤 다리는 이곳의 상징이기도 하다. 이 용은 그리스신화 속 유명한 이야기인 아르고호와 이아손의 황금양털 전설까지 거슬러 올라간다. 전설에 따르면 흑해 동쪽 끝에서 황금양털을 구해 돌아가던 이아손은 아르고호의 선원들과 흑해서부터 다뉴브강을 거슬러 올라오다 지류인 사바강을 거쳐 류블랴나차 강으로 들어왔다고 한다. 이아손은 류블랴나 근처의 호수에서 큰 괴물을 물리쳤는데 그것이 류블랴나 용이다. 이런 전설로 인해 이 도시는 그리스신화의 이아손이 만든 도시라 여긴다. 유럽에서 용은 힘, 용기, 위대함을 상징한다. 용은 현재 류블랴나 성탑 꼭대기의 깃발 속에 문장의 일부로 영원히 살고 있다고 이곳 사람들은 말한다.

▲ 시장에서 쉽게 찾을 수 있는 아기자기한 유리공예품들.
스펙보다 스토리가 있는 도시

여행하면서 스토리가 부재한 도시를 찾아가는 것은 시간 낭비다. 역사가 빈약한 도시는 두말할 나위 없다. 그런데 스토리텔링이 발굴된 곳이거나 새롭게 창조된 곳이라면 어떨까. 이야깃거리가 많지는 않고 도시가 크지도 않지만 류블랴나는 그런 면을 가지고 있다.

1895년 지진으로 류블랴나 대부분의 건물이 무너져 내렸다. 그 후 이 도시의 상징이 되는 주요 부분을 만든 사람은 요세 프레츠니크다. 단 한 사람의 예술가가 자신의 고향에 이처럼 많은 건물과 기념물을 광범위하게 세워 강한 인상을 남긴 곳은 거의 없다고 말한다. 빈(Wien) 아르누보의 대가 오토바그너의 수석 제자였던 그는 대지진 이후 도시의 많은 부분을 새롭게 만들었다. 그의 능력을 인정한 체코슬로바키아의 대통령은 프라하성을 리노베이션해 줄 것을 요청했다. 프라하와 류블랴나에서 동시에 작업을 해야 했기에 몸이 두 개라도 모자랄 정도였다고 한다.

류블랴나에서는 자신의 집을 시작으로 여러 광장과 공원들을 설계했고 대학교를 비롯한 많은 건물과 여러 개의 다리, 성당 등 거대 프로젝트에 착수했다. 특히 중심 광장 격인 프레셰렌 광장의 삼중다리는 류블랴나의 상징이 됐다. 이 광장에 아르누보 건물들이 있는 것도 그의 영향 때문이다. 프레셰렌 광장엔 위대한 낭만주의 시인 프레셰렌 동상이 서 있다. 슬로베니아의 2유로 동전에도 등장하는 그는 자유와 사랑의 대명사다. 오랜 기간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의 지배를 받았던 슬로베니아가 독립한 후에 자유롭게 와인을 마실 수 있기를 기원했다. 그래서 모든 운율이 와인 잔 모습을 하고 있는 그의 시 ‘축배(Zdravljica)’는 현재 국가가 됐다.

프레셰렌 광장에서 삼중다리를 건너면 만나는 큰 노천 시장은 수도원이 무너진 자리다. 관광객들뿐 아니라 도시 사람들이 찾는 노천 시장은 매일 싱싱한 채소, 계절 과일, 토산품, 예술적 재능이 있는 작가들의 수공예품 등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삼중다리에서부터 시장을 지나 드래곤 다리까지 이어지는 긴 열주를 따라가는 것이 도시의 하이라이트다.

삼중다리와 드래곤다리 사이에 놓인 특이한 푸줏간 다리는 2010년에 만들어졌다. 이 다리도 프레츠니크가 이미 둥근 아치형으로 설계했지만 제2차 세계대전으로 가로막혀 공간으로 남았었다. 원래 계획이 아닌 매우 현대적인 모습이며 그리스신화와 성경의 내용을 바탕으로 한 청동 구조물들을 신기하게 바라보는 곳이다. 아담과 이브가 선악과를 먹고 에덴동산에서 쫓겨나 시장 건너편에 있는 니콜라스 성당으로 걸어가는 모습이다. 그리스신화에 나오는 반인반수인 사티로스(바쿠스의 수행자이자 호색한)는 뱀을 보고 깜짝 놀라는 모습이다. 인간에게 지혜를 준 프로메테우스는 그 벌로 내장을 드러내 보이고 있다. 그 외 기괴한 거북과 개구리 모습의 작은 조각상도 있다.

시내 중심에서 올려다보이는 중세의 성은 프레츠니크에 의해 왕관 모습으로 리노베이션 될 예정이었지만 진행되지는 않았다. 최근 시장 광장 뒤로 설치된 푸니쿨라(케이블카)를 이용해 성을 오를 수 있다. 성 탑에 올라가면 도시의 전체 모습과 알프스의 전경을 감상할 수 있다.

▲ 류블랴나 성에서 내려다본 도시 전경.

1206호 [세계] (2012-10-05)
오동석 / 여행작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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